정글에서 온 개발자
정글 에세이 본문
크래프톤 정글과 만남까지
- 비교적 자유로웠던 군 복무를 시작하자마자 전부터 하고 싶었던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무료로 쉽게 개발 입문을 도와주는 ‘생활코딩’ 이 너무나도 도움이 되었고 그 서비스를 만난 게 인생을 git 커밋 뭉치로 표현하면 태그를 달아줄 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 3년 동안 너무나도 신나게 공부하고, 전역 후에는 공부하고 싶은걸 써먹고 싶어 서비스를 만들어 본 김에 창업에 도전해봤다. 생각보다는 일이 너무 커져버리기도 했고(창업을 너무 쉽게 봤던 것 같다) 비전도 없어보여 그만두고 전공쪽 일을 시작했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팀의 웹개발을 도맡아 했음에도 개발자로 고용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보다 전문적이여야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내면에 있었던 것 같다. 개발은 취미로 남겨두기로 하고 전공일을 하며 2년을 보냈다.
- 전공일은 생각보다도 더 나와 맞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번다 해도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고민하던 중 크래프톤 정글 기사가 우연히 구글 추천 기사 알고리즘에 잡혔다. ‘몰입, 팀웍, CS’. 정글에서 강조하는 세가지 키워드에 어쩜 이렇게 내가 부족한 것들만 있는지. 궁합이 맞는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명리학자의 컨펌은 없었지만 이미 첫 눈에 반했다.
- 이후 합격하여 경기대 수원캠퍼스에 오게 되었다. git에 태그는 또 달릴 예정이다.
성찰
- 위 배경들을 거치면서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너무 깊게 들어가는 건 피해왔다. 내가 전문가여야 하는 경우엔 부담감이 강했다.
- 이번 정글 입학 시험때는 큰 결심 한 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부했는데, 직업으로 할 생각을 하니 전에는 ‘쓰기만 하면 되지’ 하고 깊게 이해하지 않고 넘어갔던 개념들을 좀 더 살펴봤다.
- 신기하게도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아니라 상쾌함이 찾아왔다.
- 아직도 취업 후 일을 시작했을 때의 불안함은 남아있다. 취미와 일은 다르기에.
얻어가고 싶은 것들
정신
- 프로젝트 도중에 구현이 잘 안돼 좌절하는 팀을 목격했다. 장병규 의장님이 그런 일이 많을 거라고 했던 것도 생각났다.
- 솔직히 말해서 미니프로젝트가 시간제한은 버거웠지만, 기술적으로 버거운 건 없었다. 기한 안에 원하는 기능도 모두 구현했다. 하지만 OS 등 과정을 봤을 때 나도 좌절의 순간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편으론 그런 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팀원들과 그 좌절을 극복해나가는 경험을 하고싶기에
- 구현이 됐다고 했지만, 발표 직전까지 수정을 하고 발표 시간에 3분 정도 지각을 했다. 그리고 현수 코치님이 ‘개발자는 약속, 규약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 ‘마감 시간을 맞추는 것도 업무능력이다’ 라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밤새 만들었든 어쨌든 마감을 못 맞춘 건 못 맞춘거다. 개발자의 세계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복기해보면 발표장에 미리 가서 마무리하기,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번거로운 설정(서버 설정, 도메인 설정 등) 을 미리하기 등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는데, 그런 현명한 스킬들과 현업을 위해 빠른 작업을 위한 스킬들도 쌓고 싶다.
- 어떻게 하다보니 우리조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사람이였다. 나머지 팀원이 깃을 쓸 줄 몰라서 그것부터 알려주면서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러다보니 시간이 늘어지고 그러면서 팀원들의 백업이 더 절실해졌다. (살려고) 개발 중간중간에 팀원들의 진행상황을 체크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작업 분담에 아직 갈팡질팡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걸 맡아주세요’ 하고는 좀 느리다 싶으면 ‘저걸 해주세요’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마감이 다가오고 저녁이 늦어질 수록 더 당황하면서 판단력은 흐려졌다. 이런 압박 상황에도 침착하게 협업을 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런 압박상황에서의 몰입의 반복을 통해 현업 종사를 잘 대비하고 싶다. ‘지금은 재밌어해도 일하면서 힘들어지면 개발자도 안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저 깊숙한 곳의 불안함을 완전히 지우고 싶다.
기술
- 부족했던 OS, 네트워크 술술 설명할 정도로 파보고 싶다.
- 사실 알고리즘도 이해수준이 아닌 술술 설명하고 구현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임하고 싶은 자세
- 9시부터 11시 몰입시간. 엄청 길어보이지만 해보면 사실 짧다. 5개월동안 웬만하면 이 시간들을 지키고 싶다. 이렇게 해도 점심시간 1시간씩 빼면 84시간밖에 안된다.
- 개발을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더 사랑하고 싶다.